추석 성묘
민문자
어머니 하늘나라로 떠나신 지 두 달 된 추석날
새로 사 입은 개량한복 흰색저고리 남색치마로
아들 자동차에 몸을 싣고 고향 선산에 도착
아버지 옆에 한 줌 흙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 뵈니
아기처럼 왜소하신 모습에 눈물이 왈칵
증조부와 조부께 먼저 제물 차려 절한 다음
아버지 어머니 잘 만나셔서 행복하시냐고
여쭈어보았더니 아무 소리 없이 빙그레
산소 잡풀 제거하던 외손자 얼굴도 모르는데
외조부 산소에 더 정성스러운 마음 간다고 하네
끝으로 아들 어렸을 때 용돈도 잘 주셨다는
제일 아래에 누워 계신 숙부 산소에 절했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상급 학교 진학이 어려울 때
멀리서도 달려오셔서 물심양면으로 아버지 대신
우리 가족을 보살펴 주신 은혜 어찌 잊을까
코로나19라고 전 국민 정부 차원에서 한가위도
올해는 왕래하지 마라, 엄명을 내렸지만
오늘 우리 모자 성묘는 두 번 다시 없을 정성이었네
오작교 건너 만나신 어머니 아버지 늘 행복하세요
아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귀경하는 마음 가볍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