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어머니 가시는 길에
어머니 백수는 하실 줄 알고 있는데 왜 이리 정신줄을 놓고 계십니까?
아흐레 후면 생신인데 왜 그러십니까?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셔서 큰 숨 한 번 내쉬시고 “아, 잘 잤다!” 하고 외치세요.
인생 수명 백 년을 다 살고 가셔도 섭섭하기 그지없는데 어찌 이리도 빨리 저희 곁을 떠나시려 하십니까? 어머님의 손발이 식어가고 고통스러운 숨소리에 저희 사 남매 가슴이 저려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뒤돌아보면 어머니는 1924년 음력 6월 21일 태어나셔서 일곱 살에
외할아버지를 여의시고 홀로되신 외할머니와 외삼촌의 극진한 사랑으로 자라시다 열아홉 살에 네 살 위인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셔서 저희 사 남매를 두셨지요.
마을 사람들로부터 선남선녀라고 부러움을 사던 어머니의 부부 사랑은
안타깝게도 서른다섯에 저희 사 남매만 끌어안고 서른아홉 살 지아비를
하늘나라로 보내셔야만 했지요.
요즈음 세상에는 서른다섯이면 시집도 안 가고 서른아홉이면
장가도 안 간 나이인데 육십이 년간 어머니 얼마나 서글프셨나요?
그러나 학교 문턱에도 안 가보셨지만 어머니께서는 세상사는 지혜가 남다르셨어요. 저희 사 남매 우리 고장에서는 드물게 대학교육까지 시켜주시고 어머님의 지혜로운 말씀으로 이제껏 양육하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욕먹지 않고 모두 잘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떠나시면 어머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이제는 어디 가서 들어야 합니까?
저희 사 남매는 어머니의 자녀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큰 행복이었습니다.
동기간과 이웃을 사랑하고 나눌 줄 아는 지혜를 어머님의 생활과 신념을 이어받았으니까요. 그래서 가는 곳마다 저희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모두 어머니의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사랑법 은혜입니다.
어머니! 그래도 하늘나라 가시면 서른아홉 미남 아버지를 만나셔서 기쁘시겠어요. 아흔일곱이 아니라 서른다섯 풋풋한 신부로 변신해서 찾아가셔요.
그래야만 아버지가 알아보실 거예요.
그곳에서는 이 땅에서 못다 한 꿀 같은 사랑 나누세요.
그리고 저희 사 남매와 손자녀 잘 길러 놓았다고 자랑하셔요.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크게 울고 떠날 때는 주위 사람들을 크게 울리고 떠나지요. 어머니 가시는 길에 눈물을 주체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회자정리라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립니다. 부디 평화롭고 안락한 자리에 안착하소서.
저희 사 남매와 자식들이 옷깃을 여미고 두 손 모아 어머님의 명복을 비옵니다.
2020년 8월 1일 밤 11시 25분 맏딸 문자 올림
어머니 생신날에
어머니
생신을 아흐레 남겨놓고 홀연히 떠나시더니
지금은 서방정토 향해서 얼 만큼 가시고 계시나요
어머니 생신 잔치 해마다 생신 전 공휴일에
저희 사남매와 어머니 손자녀와 증손들이 모여 열어드렸는데
올해는 어머니 계시던 안방 빈자리에 영정 모셔놓고
좋아하시던 조기 잡채 불고기 미역국 올려 드렸네요
저희는 맛있는 음식을 맛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먹고 헤어졌어요
어찌 그리도 정리를 철두철미 잘하시고 떠나셨나요
자손들에게 아무런 걱정하지 않도록
저희가 감당할 비용까지 마련해주시고 가신 분
긴 장마와 폭우로 전국이 아수라장이라지만
장례 날과 삼우제 날 고향 오간 저희는
비 한 방울도 안 맞고 어머니 잘 모신 것은
이 세상에서 어머니 사신 성적표가 이미 저세상에
상달 되어 하늘도 감동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가시는 날까지 아침진지 드시고
점심에 소량이나마 미음 드시고 혼미한 정신으로
계시다 자정을 넘기지 못하고 가시니
저희 사 남매는 황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올케와 저희 사 남매가 어머니 전신을 어루만져
주물러 드리며 보내드린 것은
늘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이제 새로운 세상에서 아버지 만나시고
그동안 못다 누리신 행복을 누리시오소서
2020년 8월 10일 맏딸 소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