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출간을 기다리며
민문자
이십 년 전에 처음으로
척박한 시밭을 발견했네
시밭 이름은 들뫼
들뫼 주인 따라다니며
서산 마애삼존불
개심사 왕벚꽃 청벚꽃도
처음 만나보고 감동했지
처음에는 사래 긴 밭이 좋다고
수필에 푹 빠졌지
수필집 한 권 내놓고
문전 텃밭에 눈을 돌렸네
매일 아침저녁 들여다보았지
거름이, 또는 정성이 부족했을까
수확이 시원치 않데
그동안 젊은 들뫼 주인도
시밭 경작법 가르쳐주시던
노 스승도 세상 하직해서
두 번째 스승을 만나 십 년 세월
그 그림자를 따라다녔네
시밭 옥토의 꿈은 멀기만 해
겨우 자갈밭은 면한 정도
어영부영하다 해는 이미 서산에 걸려
깜짝 놀라 스승님 그림자 사라질까
한 번 검수받을 기회로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보았네
흘린 땀이 모자랐던가
시원치 않은 결과물 부끄럽지만
그래도 가슴 설레며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