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민문자
남녘에는 벌써 영춘화가 방긋 웃었단다
저만치서 뛰어오는 봄을 보고
겨울바람 심술 났다
어제오늘 눈보라 세례로
봄꿈 품은 군자란 움츠러든다
얼른 베란다 구석에 있던 것을
손질하여 거실로 들여놓았다
추운 겨울 다 지나고 웬 호강인가
꽃 피워 향기 내뿜는 동양란이 환영
화분은 인물과 향기로 대접받는다
커다란 청색 도자기 화분에서
양팔 벌린 푸른 잎 사이
실한 연둣빛 꽃대 주홍빛 꽃술
새봄이면 십여 년을 어김없이
아름다움을 선사해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