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양의 독백
이룻:이룻
아무도 오지 않는 가파른 언덕에
내 발자국을 울리오.
내 발굽은 외로움이 되기도 하지만
내 뒤를 쫓는 들개의 울림이기도 하오
아무도 오지 못하는 산의 정상에도
안개는 피고 구름이 있어
밤이면 별빛에 사랑이 익고 있소
산의 등뼈는 억세고 고집스럽지만
남몰래 피는 수줍은 꽃송이와
거짓 없고 순백한 사랑을 나눌만 하오
왜? 여기에 사느냐 묻지 마오.
내 하얀 몸에 때 묻지 않은 바람결을 마시면서
고독도 감미로운 축복인 양
달빛에 콧등 비비며 살다 보면
그렇게 살다 보면 알 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