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내 친구
시/이정님
당신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갔었소.
그곳에서 가족들을 만났소.
품성이 고와 보이는 사모다운 당신의 부인과
연한 가지같이 한없이 여리게 보이는 당신의 착한 아들을
당신이 앉아야 할 자리가 비워 있는걸 보고 조금은 섭섭했소.
그 자리에 내가 끼어 앉아 보았소.
살다 보면 이렇게 담담하게
방관자가 되어 그저 세상에 끼어 살기도 하는 것 같소.
난 당신의 부인과 아들에게 50여 년 전 당신과의 추억을 이야기 했소
함께 하나님을 섬기며 어린이를 가르치던 그 시절을
그 때가 내겐 하나님에 대한 첫 사랑 이었고.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 이었노라고.
지금은 그 때의 그 열정은 사라지고 형식적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있소
나도 모르는 일이요
세상은 자꾸 변해가고 세월은 날 이렇게 하나님과의 첫 사랑을 잊게 하고 있소.
신앙과는 상관없이 세월을 따라 분주하게 살아갈 뿐이오.
그러나 그분은 포기하지 않고 날 붙들고 계심을 느껴 지오
친구여 난 당신을 지금도 보내지 않고 당신과의 아름답던 추억을
아직도 교회 종탑에 묻어 두고 가끔 보로 오고 있소
이제는 편안히 보내 드리라
잘 가시오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