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장 斷 腸
이룻/이정님
흐린 날 초막에 앉아 옛길을 바라본다.
돌아오겠노라는 언질도 없이
떠나 간 지 언 15년
허름한 문풍지도
엉겹결에 적어둔 주소도 누렇게 바랬다.
이 겨울 매서운 한풍
홀로 가슴 시려운데
오늘도 하루를 다 못 채운 해는
서산너머로 떨어지고 있다.
어즈버 지저귀던 새 울음
처마 끝에 맴돌더니
젖은 부리로
떠나던 날 후두둑 떨어뜨린
네 한숨 조각만 쪼아댄다.
오래되어 녹슨 양철지붕을 구르는 빗방울
구곡잔장 녹여내는 피눈물만 같은데
저 혼자 맬겁는 오동잎
허릴 없이 바람에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