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룻:이정님
세월 깊이 잠든 간이역에 눈이 내린다.
떠난 사람들의 발자국은 깊이 묻히고 이별의 흔적 찾아 떠도는 바람만 저 혼자 흐느낀다.
기적이 밟고 가는 눈꽃 위에 빨갛게 핏발이 서고 몸부림으로 시린 제 가슴을 찢는 저 가여운 몸짓 몸짓
잎새 다 버린 울나무 혼자서 우두커니 바라보는 가물거리는 기억의 연결 위로
세월이 말없이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