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움에 관한 보고서
이룻:이정님
그리움의 날개는 접히는 것이 아니라 꺾이는 것이다.
곱게 접어 가슴에 간직하고 싶어하지만
숨길수록 뾰족해져 가슴에 박혀들고
"모른다" 외면하고 달아나면
어느 새 인생의 잔면으로 쫓아와
영악하게 웃고 서 있는 그리움은
그래서 지우개로도 지워지지 않는 요철문자다.
그리움의 뿌리에서는 늘 새순이 돋아난다.
느낌이라는 악령의 자양분을
탐람하게 빨아먹고 자라는 그리움은
만나는 순간부터 목숨이 다하는날 까지
그림자처럼 질기게 붙어다닌다.
늘 붙어다니는 그놈이 성가셔서 /인정해주자/ 하면
아침 저녁으로 심장을 후비고 형관을 물어뜯는다.
지나가 버린 청춘
지나가 버린 시절
헤어져버린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늘 외톨이고
/아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봐도
고개만 아플 뿐
고로 그리움은 접으려해선 안된다.
그리움은 목숨처럼 꺾어야 한다.
아니, 목숨보다 모질게 꺾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