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룻:이정님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창을 열고
창을 닫고
그대가 나를 보고
내가 그대를 보고
세상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새롭게 죽어간다.
믿지 마라
주검조차도 믿지마라
그것은 다만 천지의 일이다.
우리는 천지의 일 그 틈새를 메워가는
아주 보잘 것 없는
보푸리기일 뿐이다.
그 보푸라기를 집어 들고
생김새를 말하고
색깔을 구별하고
냄새를 맡으며 키득거리다가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나면
나머지는
남은 세상이 마무리하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해가 뜨고
또 해가 지고
누군가 초라한 오두막의
창을 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