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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하 이사장이 한글과 한자의 병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지난 7월 21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79) 이사장으로부터 그의 사무실(서울 종로구 필운대로10길)에서 한글과 한자의 혼용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국어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국어를 전공하시면서 한자 교육(漢字敎育)을 주장한다는 게 언뜻 모순돼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에서는 국어학을 전공했고 국립대만사범대학에서는 고려 시대의 언어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한국국어교육학회를 창립하여 우리나라 국어교육에도 봉사하였습니다. 그런데 국어를 연구해보니 한자를 모르고는 국어를 깊이 연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어를 더욱 깊이 연구하고 국어의 정상화를 위하여 한자 교육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 현대사회에서는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왜 언어가 그토록 중요한가요?
“지구 상의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는 사어(死語)가 된 언어까지 합치면 3,000종이나 되지만, 인류가 창안한 문자의 종류는 약 200종이 된다고 합니다. 언어는 한마디로 사고의 표현입니다. 뭇 동물 중에 인간만이 사고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지요. 인간은 사고에 그치지 않고 음성을 매개체로, 자기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언어가 있기에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고, 나아가 만물을 영장이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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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하(왼쪽) 이사장이 한글 한자 병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자료: 진태하 이사장 제공) |
- 21세기에는, 그것도 초등학생 때부터 한자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추진이 되셨나요?
“약 20년 동안 대정부 운동을 추진하여 온 결과 지난해 9월 24일 정부에서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서에 기초한자 500자 정도를 병기하여 교육하겠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동안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신 400여만 명의 동지들 덕분입니다.”- 어째서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교육이 우리나라 선진화의 지름길인지 설명을 해주십시오.
“지금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이 국어와 나라글자 즉 국자(國字)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잘못 인식되어 있습니다. 한글로 쓸 수 있는 말만이 우리말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입니다. 한자도 엄연히 국자입니다.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되어 있고, 이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두 가지 이상, 많은 것은 20여 개의 동음이어(同音異語)로 되어 있어서, 한자로 쓰지 않으면 도저히 의미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사기’를 한자어로 구별하면 ‘士氣, 史記, 沙器, 社旗, 詐欺, 邪氣’ 등이 있는데, 한글로 ‘여기에 사기가 있다’고 할 때 무슨 뜻인지 알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세종대왕이 창제한 우리글이 쉽고도 과학적인 글이라고 세계에서도 알아주고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다른 문자와 비교하여 볼 때, 우리 ‘한글’의 창제 역사는 짧지만, 처음부터 표음문자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인 음소문자로 만들어진 것은 특기할 일이며, 매우 조직적이며 배우기 쉬운 자랑스러운 글자입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본래부터 우리의 고유어와 한자어가 어우러져 쓰이는 특수한 구조로 된 언어이기 때문에 뜻글자와 소리글자를 함께 병용하는 게 더욱 완전하겠지요. 세종대왕 당시의 한글 문헌을 일반인들은 잘 해독할 수 없는 게 사실이 아닙니까? 그것은 당시의 음운이 몇백 년 사이에 크게 변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글은 세종대왕의 본래 뜻대로 한자와 더불어 사용함으로써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글과 한자는 대립적인 문자가 아니라, 서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문자로서 새의 두 날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지금도 ‘한글+한자’ 함께 사용하자는 추진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하고 계십니까?
“2009년 교육평가원의 조사에서 학부모 89.1%, 교사 77.3%가 한자 교육에 찬성하였습니다. 또한, 2014년 교육부 정책연구 자료에 의하면 초‧중‧고 교사 77.5%와 학부모 83%가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를 찬성하였습니다. 한자는 사고를 요구하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교육을 하면 대뇌를 발달시키어 모든 학과의 학습능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실험 결과에 의하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반드시 다른 과목도 잘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한자를 잘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다른 과목도 우수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전국 대학의 장서(藏書)가 90% 이상이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날 대학생들이 읽지 못하여 도서관의 책들이 거의 사장(死藏)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문자정책 때문입니다. 이런 책임은 잘못된 교육정책이 져야 합니다. 우리는 희망을 품고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계속 이 운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경제위기는 전 국민의 합심으로 재기할 수 있지만, 문화위기는 불씨가 꺼지면 절대로 재기가 불가능합니다.”
진태하 이사장은 한글과 한자의 혼용만이 의사전달을 분명하게 할 수 있으므로 한글과 한자 병기(倂用) 운동은 지속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버넷뉴스 이정님 기자 leeruth1@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