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서당/이기호
내 몸에서 풀벌레가 운다
벌건 대낮 정신없이
쫒기다 보면
귀가 흔들림을 잊는다
끝없이 일과는 돌아가고
깊은 밤
잠자리에 들려 하면
벌바람 소리
번뇌 망상의 풀벌레 소리 들려온다
오늘도 귀가 운다.
작품해설
이수화(문학박사, 시인, 전)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이시의 화자는 이제 자신이 풀벌레가 되어 자신의 번민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자신의 성찰의 소리다
. 저 앞에 실핀 효덕이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찰에서 종교적으로 심화되어갈 화엄주의 성찰에 들어선
듯하다. 이렇게 볼 때 이기호 시가 처한 시적 상황이 현실길항의 경계로 진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
을 갖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논의해 온 시들을 토대로 고찰할 때 그의 시가 걸어갈 다른 지향성은
불가피한 듯하다. 귀가 그 결정적 터닝 포인트인 듯하다. 귀의 포에지는 모더니즘 시로 통하고 형식도
이미지의 조소성도 언어의 어거력도 두루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