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서당 이기호
파평의 산장에서 올방구치고 앉아
파평의 분지(盆地)에
안개는 하드르르 내린다
수평선을 지우며 임진강과 하늘이
하나 되는 풍경 신비롭기 만하다
학생들은 오지 않는다
내 앞에는 오직 안개 군단이 오고 있다
만산만야 사라진 그 자리에는
아주 넓은 안개 강물이다
가로수 사이로 가로등 불빛만이
아스므레 졸고 있다.
* 올방구치고 앉아 : 책상다리치고. * 하드르르 : 가벼운 것이 날리는 모습. * 안개군단 : 짙은 안개를 군대로 비유한 말. * 아스므레 : 밝지도 어둡지도 않으면서 희미한 빛을 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