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조는 시조의 본령이자 근간이다. 3장(초장·중장·종장) 45자 안팎의 압축한 분량에 참신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넣어야 해서다. 예측 불허의 결구를 통해 반전의 묘미도 드러내야 한다. 그래서 단시조 창작은 정말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다.
김소해 시조 시인이 단시조집 〈대장장이 딸〉(사진·작가)을 냈다. 2년 만에 낸 5번째 시조집으로 단시조 75편을 실었다. 시인은 예리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삶의 다양한 곡절을 포착했다. 시조마다 단아한 서정과 웅숭깊은 철학적 사유가 묻어난다.
‘마음을 다는 저울//제대로 읽나보다//저울 침 파들거리며//고정점을 찾지 못한다//내 원래//방황하는 습성//정처(定處)가 없었으니’(‘저울’ 전문)와 ‘솔기는 풀리지 않게 핑킹가위 지나간 자리//바르다고 달린 길이 지그재그 어지럽다//나머지 남은 길은 왜 또, 갈팡질팡 올이 풀리나’(‘은빛가위’ 전문)에서 보듯 우리는 ‘저울’처럼 흔들리는 삶의 고비에서 ‘갈팡질팡’한다.
시인의 시선은 아득한 지구 생명체 역사의 시원으로 향한다. ‘여기, 풀 한 포기 대수롭잖게 여기던 것//질경이 그런 것도 나보다 먼저 태어났다//몸집 큰 초식동물들 먹여야 하겠기에’(‘창조의 순서’ 전문).
부모와의 이별이란 가슴 아픈 순간을 우주의 움직임으로 확장한다. ‘은하 강 물줄기가 휘청 떨렸겠다//작은 곰 큰곰자리 구도가 흔들렸겠다//낯선 별 하나를 맞는 캄캄한 저 하늘’(‘마지막 밤, 아버지’ 전문).
강렬한 창작 욕망을 아로새긴 작품에서 작가의 결기가 느껴진다. ‘붉은 입술 그보다 붉어 조용한 검은 입술//함부로는 아니지만 입을 열면 소나긴 듯//백지를//적시는 고백//백 년이든 읽겠습니다’(‘연필’ 전문)에선 연필로 무한한 창작 공간인 백지에 시를 쓰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또 ‘사랑을 훔치려다 불을 훔치고 말았다//무쇠 시우쇠 조선낫 얻기 까지//숯덩이 사르는 불꽃//명치 아래 풀무질’(‘대장장이 딸’ 전문)에선 한 편의 시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벼릴 것을 다짐한다.
시인은 “생활 속에 밴 율격과 리듬감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 출생인 시인은 1983년 〈현대시조〉와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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