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해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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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 선생님을 생각하며 2023년 <연대> 단시조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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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소해 |
조회: 2098 등록일: 2023-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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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 선생님을 생각하며 / 김소해 소해라거니 최승범 선하고 참한 두 눈망울 눈망울이여 뚜벅뚜벅 걸어도 뚝심있는 걸음새 다 함께 헛디딤 없는 발부리로 걷자구 소한 ㆍ 대한 까짓 절기야 나름 아닌가 아침길 일기 보아 입성도 생각하여 한 꺼풀 더하거나 빼거나 요량할 일 아닌가 ㅡ《한국동서문학 》2021 봄호
돔배젓 최승범
어느덧 옛얘기련가 남도의 <연희식당> 저 상차림이 그래 초면이었지 돔배젓 한방약 향내도 감돌던 맛 그립네
-《시조미학》 2022년 여름호 전어속젓 광주 연희식당의 벌쑥한 상차림에 한약 내 풍기는 젓갈을 만났었지 혀에도 쏙 얹혀드는 맛이라니 향이라니 『八八의 노래』 2019년 6월 발행처 <시간의 굴레> 미수기념 최승범 단시조집 최승범 (1931-2023) 선생님은 1958년 《현대문학》 등단. 시조집 20여권과 수필집 논문집 수십 권 등. 전북대 명예교수. 고하문학관 관장. 한국시조대상 만해문학대상 등 10여 건의 수상 기록을 남기셨다. 육십여 년 시조를 쓰셨으니 놀라울 뿐이다. 미수의 연세에도 새 시집을 내시고 작년 까지도 신작을 발표하신 분이다. 2021년 동서문학 봄호에서 「소해라거니」 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 혹시, 나 소해(?)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가? 좋은 작품이라 혼자 흐뭇하기(?)도 했지만 (반푼이는 늘 혼자 즐겁다) 염치없어 감히 여쭤볼 엄두는 못 내고 돌아가셨다. 2011년인가 그 무렵에 고하문학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무도 안 계시고 입구에 나무 막대기 (꼬쟁이라 해야 옳을 것 같은) 세 개가 가로놓여있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그걸 건너 딛고 들어가 앞마당 뒷마당 꽃밭을 두루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최승범 선생님께서 오셨다. 정낭을 표시했는데, 하시면서 -외인 출입금지- -주인 지금 출타 중- 이라 하셨다. 우리는 그제야 그게 정낭인 줄 알았다. 하기야 부산 촌사람들이 정낭이 뭔지 알기나 했을까? “이렇게 해놓으시면 안 들어옵니까?” “그럼, 안 들어오지” “아이구!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머리를 조아렸더니 “괜찮아! 괜찮아!” 한바탕 웃고 대시인께서도 크게 웃어주셨다. 그리고는 2층 서가로 안내하셨다. 그냥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만권이 넘는다는 문학책과 오래된 월간지까지 가지런히 줄서있는 게 아닌가! 오십여 년 전에 받으신 시집들에는 빛바랜 서명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희귀본들의 향기와 일일이 설명하시는 노시인의 향기에 흠뻑 젖었다. 거기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앞세워 단골 식당이 있다 하시면서 근사한 한식집에서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시조에 음식 시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 추어튀김 홍어애탕 볼태기탕 등등 맛의 고장 전주, 전주비빔밥이 있으니까. 최승범 선생님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먹었던 추억, 웃었던 추억, 아름답게 남았다. 고하선생님의 선비정신과 시조사랑은 전북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신」이셨다. 또한 <연대 단시조 동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셨다. 연대 동인지에 지속적으로 작품을 보내주셨으니 우리 동인지가 더욱 무게감 있게 튼실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연대 총회는 여러 차례 <고하 문학관>을 방문하여 활기차게 진행하며 시조단의 거목 밑에서 회원들은 거저 안온했다. 거목의 그늘이 사라진 지금,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은 총회가 돌아오니 더 깊이 느껴진다. 올해부터 고하선생님 작품이 없어서 이 책이 한층 쓸쓸하겠다. 이승에서 하실 일 다 하시고 하늘나라에서는 선생님께서 지으신 시조에 가락을 얹어 창으로 즐기시리라 믿습니다. 극락의 복을 누리시옵소서.
2023년 <연대 >단시조집. 컬럼. 김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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