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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시인

김남규 평론, 2012년 열린시학 가을호 (64호)

작성자: 김소해

조회: 529 등록일: 2023-11-25

<div>김소해,  흔들려서 따뜻한, 책만드는집, 2012  어디에 신은 계신지 알지도 못하지만 아들의 가는 길에 한 그릇 찬물이나마 밝히어 부탁할 수 있다면 빌고 또 빌 뿐입니다 심장의 무게가 고작 깃털 하나일진대 영혼의 무게는 어느 저울입니까 그 저울찬물 한 그릇 밝아오는 동녘 하늘 저 깊은 저울 위에 송두리째 얹습니다 새벽빛 물의 무게 산처럼 높습니다 마침내 당신 기도에 풀려오는 하늘 빗장 ― ｢하늘 빗장｣ 전문 ￭ “말 더듬어 다리 절고 친구 없기는 나도 한가지”(｢들꽃 축제｣)라고 말하는 시인의 정신은 불편한 육체를 뛰어넘거나 가로지른다. 시인은 “다세대놀이터에 아이들 떠드는 소리/ 때로는 위아래층 다투는 소리까지” “살아 있는 사람 소리” “헤아려 들을 줄 안다”(｢나이가 아득하면｣ 고말하며 “굴곡진 생이 돌아와/ 안부를 묻는 골목”(｢낡은 가로등｣)에 서 있다. ‘굴곡진 생’이라는 표현이 낯익고 때 묻은 표현일진대, 이표현에 새삼 엄숙해지는 것은 진짜 ‘굴곡지다’라는 것을 시인에 비해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시집 전체에서 눈길을 가장 오래 붙잡아 둔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하늘 빗장｣은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인간이 어쩔 수 없는 한계-죽음 앞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무한(자)을 유한(자)에서 느끼곤 한다. 시인은 신에게 “아들의 가는 길에 한 그릇 찬물이나마/ 밝히어” “빌고 또 빌 뿐”인 화자의 목소리를 빌린다. 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화자는 “찬물 한 그릇에/ 밝아오는 동녘 하늘”을 보며 “저 깊은 저울” 위에 정성을 “송두리째 얹”고자 한다. 이 저울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아들을 살리고 싶은 제단일 수도 있고, 정성이 닿기를 바라는 하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바라고 바랄 뿐이며, 그 기도에 “풀려오는 하늘 빗장”을 경험한다. 빗장이 풀린다는 것은 비가 오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고, 발원자의 눈물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새벽빛 물의 무게 산처럼 높습니다”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화자의 절실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목숨 있어 죄가 되는 먼지인가 싶다가도/ 등 대인 기슭마다 살아 있어 고운 날”(｢봄입니다｣)이라 고백하는 시인. 그에게 있어 목숨-육체는 정신의 자유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살아 있어 고운 날”은 먹고 마시며 잠자는 육체의 고운 날이 아니라, “꽃밭 속에 나도 꽃잎”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정신에 있어 보인다. (김남규) -열린시힉 2012년 가을호 (64호) </div><div> </div><div> </div><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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