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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시인

시조21, 시작노트, 소시집

작성자: 김소해

조회: 799 등록일: 2023-11-25

<시작노트> <o:p></o:p>내게도 시적 재능이 있기나 한 걸까?이것은 늘 나를 괴롭히는 과제이다. <o:p></o:p>그 동안 문학과 담 쌓고 살았다. 독서를 해도 직업과 관련된 독서였지 문학작품을 읽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들어와서 새삼스레 시조마당으로 돌아왔다.간신히 한 편 발표하면 주위에서 남들 벌써 썼던 단어거나 이미지라고 조심스레 일러준다. 부끄럽지만 한 편으론 반가웠다. 내 생각이 유명 시인들의 생각과 같다니! 나에게도 시적 재능이 있나보네! 이것이 나의 반가움이었다. 그것을 재능이라 믿고 자신에게 용기를 준다.그래, 용기를 가지자. 너에게도 재능은 있어. 그러니까 이십년이나 버려두었던 시조를 다시 불러내지 않았느냐? 대학을 나오거나 문학공부 하지 못했지만 시는 머리로 쓰는 게 아니잖아. 수없이 내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린다. 가슴이 따뜻해지면 무심하게 고정되어 있던 사물들이 파동을 일으키며 내 가슴을 흔들어준다. 시는 그때 서로 나누었던 대화이다. <o:p></o:p>늦게사 공부한다고「예언자」를 읽었다. 「싯다르타」를, 「말테의 수기」를, 「깊은 강」을 읽었다. 등등 젊어서 못했던 공부를 이제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빠른 때라고 자신을 격려하면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숲속의 두 갈래 길 앞에서 망설이는 게 인간이다. 그 망설임의 길을 찾아가는 소설들이 재미있었다.「깊은 강」의 화장터는 가슴을 흔들었다. 꼭 갠지스가 아니라도 어디든 화장터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한 사람의 생명이 물러가도 불꽃은 그게 제 할 일이라는 듯 열심히 타고 있을 뿐이다. 세상이 그렇다. 어쩌면 그래서 또 세상은 아름답다 하게 되는가보다. 즐겁다. 공부하는 일이, 시조 쓰는 일이, 끙끙대는 일까지.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돈이나 밥이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즐거우면 된다. 그뿐이다. <연대> 동인지에 시작노트로 올렸던 글이 생각난다.시는, 십리 밖의 사냥감을 찾아내는 맹수의 눈동자이다. 그 시선 따라가다 보면 토끼 한 마리 줄 것 같이 시가 나를 꼬드긴다.속는 줄 알면서 즐겁게 따라간다. <o:p></o:p>고작 시집 세권 내고 가슴이 말라버린 것 같아서 이제는 머리로 쓰는 시가 될까 두렵다. -2016년 시조21 겨울호 소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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