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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시인
옥불사 독경 소리
작성자: 김성열 조회: 1259 등록일: 2013-04-26
         옥불사 독경 소리

저녁 노을을 흔드는 옥불사 독경 소리
나를 안방으로 돌아가라 한다
일기장 속에서 큰 얼굴이 뛰어나와
숨가뿐 내 정체와 만난다
독경 소리에 흠뿍 젖은 옥불사는
한가롭게 극락의 탑을 쌓아올리고
놀란 산꿩이 풀숲으로 떨어진다
제 터전으로 기어드는 푸덕거림이
내 실존을 확인 시키고 뇌수를 찌른다
합장영접의 삭발 여승은 시린 손 끝이 떨려
애수(哀愁)의 새 한 마리 머리 위에서 울고 있다
노을빛으로 타고 남은 잿빛 장삼 자락이
이승의 허무를 더는 태울 수가 없어
바람에 날려 숲 속으로 자지러들고
옥부처 파란 빛살이 백팔번뇌를 굴리고 있다
업보야 굴러라, 개똥밭 한 세상을 굴러 굴러라
내 가슴이 벅차도록 펄럭거리고
적멸보궁의 빙산 같은 내세(來世)를
뒤로 뒤로 밀쳐내고 있다
나는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고 싶다
한 평생 땀 냄새로 얼룩진 책상 앞에 앉아
살아 있는 내 일기를 쓰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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