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
아린별의 시학
유아린의 두 번째 시집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에 부쳐
이 영 지
(문학박사 · 철학박사 · 시인 · 시조시인)
1. 아린별의 선언
하늘의 별을 한 아름 따서 들고 “저 꽃집 앞에 서 있어요”로 다가 온 유아린 시인의 제 2시집『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의 상재를 축하한다.
10년 만에 만난 유시인과 나와의 만남은 꽃을 들고 꽃집 앞에 서 있다 하였다. 이 광경을 그림으로 그린다거나 사진으로 찍는다면 시인의 뒤 꽃집의 꽃으로 하여 꽃 속의 여인이 된다. 화사한 꽃을 등에 지고 선 여인이 아린별 시집을 만들 원고를 든 모습이다. 눈에 초록별을 안고 있었다.
흔히 별이라면 당연히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인데 유 시인의 시집은 이 별을 지상에 들고 내려와서 초록별을 만든 여인이다. 파란 하늘 색 별이 아니라 초록별을 들고프단다. 그것도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이라 선언하고 있다.
이 시집은 제 1부 ‘초록별을 따는 여자’ 제 2부 ‘그대가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제 3부 ‘팽목항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 오렴’ 제 4부 ‘그렇게 비는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5부 ‘새 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는 여자’라 하였다.
당차게 초록별을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시인은 이렇게 알리고 있다.
1
거북아 거북아
헌 별 줄게 새 별 다오
내 초록별을
거북아 거북아
헌 별 줄게 새 별 다오
내 초록별 꿈을
땅속에란 하늘에란
도란도란 숨어사는 동주님의 초록별 꿈을
2
한 번도 안겨본 적이 없는
우리 동주님의 가슴에 새하양을 쓸어내리며
정갈한 두 손을 받쳐 들고저
내 마음 별 지는 질곡의 언저리마다
내 님이 날 사랑하듯
내가 날 사랑하고저
하얀 별을 줄께
껍질 안에 숨은 별을
하얀 별을 줄게
-「초록별을 따는 여자」전문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의 별은 새까만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푸르디푸른 남색별이다. 청청하늘엔 잔별도 많고요의 노래 가사처럼 그런 별이다. 그런데 유시인의 별은 초록별이다. 초록이라면 이 지상에서 초록색을 띄고 있는 수많은 초록색의 풀 섶이며 나무이며 꽃들을 받들고 있는 초록잎사귀들이다. “초록별 꿈을/ 땅속에란 하늘에란/ 도란도란 숨어사는 내 초록별”이고자 한다. 초록별이 아니고 초록별 꿈이다.
유 시인은 왜 굳이 초록색을 선호하여야 하는지를 알린다. 그것도 본인 이름 유아린의 아린별이다.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초가을 저녁
풀 섶에 숨어 바장이는 풀벌레 울음이
에일듯 그리도 애달픈 탓인게야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눈초리가 싸늘한 가을나라에서
나붓나붓 바람손에 끌려나온 빨간 단풍잎
하나가〈찬바람 미워〉
하는 외마디에 화들짝 놀란 탓인게야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강 건너 갈대밭 사이로
모른 척 저공비행으로 스쳐가는 실잠자리 땜에
괜스레 약 오른 탓인게야
고고한 자기만의 선궁촌을 기르던
선계의 해린별을 떠나
너와 나의 마음이 더불어 아슴이는
이 하계의 에덴에 내려온 것은
-「아린별의 해명」전문
해린 이름을 가졌던 옛날에서 굳이 아린이라고 이름을 고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초가을 저녁/ 풀 섶에 숨어 바장이는 풀벌레 울음이/ 에일듯 그리도 애달픈 탓인게야”이다. 풀벌레 울음의 아린 눈물은 당연히 다가 올 죽음에 애틋해 하는 울음이란다. 그래서 눈초리가 싸늘하다. “눈초리가 싸늘한 가을나라에서/ 나붓나붓 바람손에 끌려나온 빨간 단풍잎/ 하나가〈찬바람 미워〉/ 하는 외마디에 화들짝 놀란 탓인게야” 빨간 잎 단풍 그 떨어지기 전의 절규를 본 것이다. 역시 죽음예상이미지이다. 그리고 “강 건너 갈대밭 사이로/ 모른척 저공비행으로 스쳐가는 실잠자리 땜에” 그렇단다. 날개 뒤에 숨은 가을하늘을 나르는, 이제 마지막 비행의 모습이 암시된다. 이처럼 유시인은 당차게 어쩔 수 없이 죽음으로 가는 이들을 초록별의 꿈으로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는 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초록별이 에덴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시인의 이력이 드러나는 예지력이다. 감리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출신이다. 바로 에덴이니 하는 시어는 성경적 언어이고 신학을 전공한 이력의 무의식적 시어출력이다. 에덴은 지상의 낙원을 이루는 이미지이다. 에덴동산에 아담과 이브는 그들의 동산을 걸었었다. 시인은 이 꿈의 에덴동산을 그냥 나몰라라가 아니라 너와 나의 마음이 아슴한 하계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