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시학
-유태영 제2시집 『해산의 고통보다 더한 그리움』에 부쳐
이 영 지
시인 · 문학박사 · 철학박사
1. 유태영 시인
유태영 시인의 제2시집『해산의 고통보다 더한 그리움』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유태영 시인과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게 되었고 유독 수줍고 여성다운 수선화 같은 매력을 지닌 문예창작 전공자로서의 면모를 유 시인은 잘 가꾸어 나갔다. 곧 유 시인은 문예창작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였고 이 실력으로 계간 창조문학 시 부문으로 등단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당시의 등단(2000. 39 가을호)작품을 유 시인의 생애 이력 기록을 위해 제 38회「창조문학」신인작품상 심사평과 당선시를 여기 남긴다.
홍문표 심사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유 시인의 시를 평가하였다.
유태영 씨의 「어린 시절」「봄바람」「파도」「퇴근길」은 전형적인 여성시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의 회상이나 계절에 대한 감상이나 자연현상 또는 생활의 일상까지도 매우 감상적인 서정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물을 보는 시각이 매우 섬세하고 다감하다. 시란 결국 사물에 대한 애정과 그 사물에 내재한 비밀을 발견하는 일이다. 앞으로 더욱 깊은 비밀을 발굴하기 위해 언어를 갈고 다듬어야 하겠다.
심사위원장: 홍문표
심사위원: 김지향
신상성
박명용
신웅순
유 태영 시인의 시 부문 등단 작품은 다음과 같다.
새로 사 준
하얀 리본 달린
고무신이 너무 좋아
논두렁길에 쪼그리고 앉아
행여나
시집 간 언니
친정 나들이 오려나
꼬르륵 꼴깔 침 삼키며
산 그림자 키가 훌쩍 크도록
신작로 바라보다
가물거리는 눈 비비고
되돌아서는 소녀
-「어린 시절」
머얼리 기적소리
얼었던 가슴 후빈다
삐거덕
닫혔던 빗장 푸는 소리에
밀치고 들어서는
봄바람
옹골진 가슴으로 안아
앙상한 가지에
흠뻑 뿌려본다
뿌려진 자리마다
여린 잎들이 쏘옥
햇살 찾아 나온 병아리와
눈 마주칠 때
노오란 꽃잎 편지 곱게 접어
언덕 넘는 꽃바람
옷소매 끝에 살짝 달아준다
-「봄바람」
바람이 힘 겨루다
하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날개 펼친 섬
고깃배들 불러 모으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또 하나의 섬이
물 위에 뜬다
부딪쳐 멍든 살결
연거푸 벗겨 내도
백사장엔
내뱉는 오물들만 쌓이고
가라매기는 살찐다
신음하는 소리 안스러
햇살 한 웅큼으로
가슴을 쓸어 내린다
퍼렇게 돋아난
뽀요얀 속살
잠꼬대하며 흥얼대는
잔잔한 물결
-「파도」
가로수 이파리
두런대는 소리 왜면한 채
뚜벅뚜벅
불빛을 밟는다
가슴 헤집어
꼭꼭 절여 두었던 추억
하나 둘 들추어 보면
가슴에 번지는 자줏빛 미소
실눈 뜨고 힐끗대던 눈썹달이
가느다랗게 웃다가
나뭇잎 뒤로 몸을 숨긴다
어둠은 점점 두텁게 쌓이고
보금자리 찾는
구두 굽 소리 거세지면
물결 일렁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