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을 운동회 날이었대. 김밥과 만두와 떡볶이가 달리기 시합을 할 때 일어난 이야기지. 연습할 때마다 항상 김밥이 1등, 만두가 2등, 떡볶기가 꼴등 즉 3등을 하였대. 욕심이 많은 떡볶이가 운동회 날 만큼은 1등을 하고 싶어 나쁜 꾀를 내었어. 시합할 때 포크를 몰래 숨기고 뛰면서 김밥과 만두를 찔러 떡볶이가 1등 하려는 약은 꾀였지.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어. 꼴등으로 달리던 떡볶이가 만두 옆을 뛰면서 남들이 눈치 채지 않게 포크로 만두를 찔렀대. 옆구리가 터진 만두는 자동으로 뒤처져 떡볶이가 2등으로 달리게 되었어. 떡볶이는 깨소금 씹은 듯 고소한 미소 머금고 앞서가는 김밥을 향해 열심히 뛰었지. 한참 후 간신히 따라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힘껏 김밥을 쿡 찔렀대. 그러나 김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잘 뛰는 게 아니겠어. 이상하다 생각하며 몇 번을 힘겹게 쫓아가 찔렀지만 간지럽다는 듯 움찔 하면서도 날담비처럼 뛰어가 끝끝내 1등을 하더래. 뜻대로 안되어 화가 몹시 난 떡볶이는 자신의 잘못은 제쳐두고 김밥에게 물었단다. 넌 도대체 어떻게 만든 김밥이기에 포크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수 있느냐고……. 그러자 김밥이 콧방귀 뀌며 한 마디 야무지게 쏘더래. 그 대답은 뭘까?"
수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골똘히 생각했지만 모르겠기에 가은이가 되물었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알려 줘."
"넌센스야. 다시 생각해 봐."
수가 뜸들이며 대답을 안 해주자 가은은 까만 두 눈을 또르륵 굴리며 앵돌아져 말했지.
"빨리 가르쳐 주지 않으면 화낼 거다."
앵돌아진 가은을 보고 싱글거리던 수가 헛기침 한 후 말했어.
"난 돌김이거든."
"뭐!!!"
대답을 듣는 순간 가은 입에 담겨 있던 밥톨 부스러기가 폭소와 함께 수의 앞으로 마구 튀어 버렸지.
눈 깜박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수의 얼굴과 윗옷 군데군데에 파편이 묻어 닦아 낼 형편이었지.
가은은 수를 바라보면서도 계곡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었어.
억지로 입을 다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거든.
졸지에 꽈리 터지듯 와그르르 터져 나온 파편 세례를 받은 수도 돌김을 생각하곤 데굴데굴 구르며 호탕하게 웃었지.
어느 새 졸음은 삼천리 밖으로 달아나 버리고 수와 가은의 가슴엔 기쁨만 찰랑찰랑 샘솟는 게 아니겠어.
계곡 주위를 거닐며 이야기 나누다보니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해님이 다음에 놀러 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거야.
수와 가은은 햇살만큼이나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 눈인사를 하였지.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기 위해 세상을 좀 더 넓게 멀리보고 생활에 활력을 얻으려 떠나온 여행.
두터운 우정을 쌓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아쉬움을 남긴 채 버스에 올라 그리운 가족을 생각했어.
여행에서 즐거웠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마음이었거든.
대문 밖에서 기다리던 두 엄마는 여행에서 돌아온 수와 가은을 기특하고 대견스러워하며 가슴에 꼬옥 안아주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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