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대한민국 사이버문학관
▲이효석문학관
양봉선 아동문학가의 작품읽기
양봉선 아동문학가
들꽃과의 만남
작성자: 양봉선
조회: 838 등록일: 2015-07-08
들꽃과의 만남
양 봉 선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들꽃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공원이 있어요 .
거기는 수요일마다 유치원에서 자연학습 가는 곳이죠 .
오늘은 평소와 달리 눈에 잘 띄는 빨강모자에 청바지를 입어야 해요 .
태민이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자나자마자 엄마를 불렀어요 .
" 엄마 ! 빨강 모자랑 청바지 찾아주세요 ."
주방에서 도시락을 싸던 엄마가 호들갑을 떠는 태민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
" 왕자님 , 침대 위에 준비해 놓았습니다 . 어서 입고 나오시지요 ."
" 울 엄마 , 최고 !'
태민이는 벌떡 일어나 엄마 품에 안기며 어리광을 부렸어요 .
엄마는 태민이가 귀여운지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어요 .
" 김밥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 소연이랑 나눠 먹으렴 ."
" 우와 ! 맛있겠다 . 감사합니다 ."
유치원 차를 타고 공원에 가는 동안 선생님은 밖에서 조심해야 할 일들을
반복해서 말씀하셨어요 .
공원에 다다라 버스에서 내리자 태민과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
다른 날과 달리 사람들이 엄청 많았기 때문이지요 .
선생님은 버스에서 내린 친구들을 모아 세우고 다시금 되물으셨어요 .
" 얘들아 !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어떻게 해야 되지 ?"
똑똑한 소연이가 야무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
" 짝꿍의 손을 꼭 잡고 선생님 뒤를 쭉 따라 다녀야 해요 ."
" 그래 .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된다 . 알았죠 ?"
" 네 . 선생님 !"
친구들 모두가 공원이 떠나갈 정도로 우렁찬 대답을 했어요 .
병아리처럼 선생님 뒤를 따라 걷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듯 어른들이
길을 비켜주며 무럭무럭 자라 훌륭한 나라의 일꾼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
공원에 핀 들꽃의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손으로 셀 수가 없었어요 .
하나 , 둘 , 셋 , 넷 , 다섯 …… .
열 하나 , 열 둘 , 열 셋 , 열 넷 , 열 다섯 …… . 등등 .
들꽃의 이름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마음에 드는 꽃은 많았지요 .
저번 주에 왔을 때 일어난 일이예요 .
수많은 꽃 중에서 제일 작고 귀여운 들꽃에 반해 버린 태민이는 꺾어서
혼자만 보고픈 마음이 들었으나 소연이가 말린 바람에 아쉬워하며
살포시 감싸 안고 스쳐 지나갔었지요 .
그런데 오늘 그 작고 귀여운 들꽃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섰더니 태민이의 마음을 아는 듯 고맙다 손짓하는 게 아니겠어요 ?
" 태민아 ! 네가 다시 찾아와 고마운가 봐 ."
소연의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정말 그렇게 보였어요 .
" 응 . 내 가슴에 스며든 들꽃과 맘이 통했거든 . 반갑다 들꽃아 !"
둘이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꽃도 알아들은 듯 덩달아 춤을 췄어요 .
자연을 벗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구경하다보니 태민이 뱃속에서
갑자기 ' 꼬르륵 꼬르르륵 '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태민이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려준 거지요 .
소연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까르르 웃자 선생님도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
" 태민이 배꼽시계는 어딜 가나 확실하니까 잔디밭에 도시락을 펼치렴 ."
" 네 . 선생님 !"
태민이는 아침에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을 풀며 볼우물 짓고
있는 소연이에게 말했어요 .
" 우리 엄마가 소연이랑 점심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놀다 오라 했다 ."
" 그래 ? 우리 엄마도 한이랑 사이좋게 먹으라고 푸짐히 싸 주셨는데 …… ."
" 정말 . 와 ~~~ 신난다 ."
가방 속에서 이것저것 펼쳐놓고 보니 또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어요 .
왜냐고요 ?
태민이와 소연이 엄마가 싸준 음식이 한 가지도 똑 같은 게 없었거든요 .
골고루 나눠 먹고 나니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하품이 나오는 거예요 .
우정과 하품은 닮은꼴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나 서로 배꼽을 움켜잡았지요 .
자연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태민이는 엄마에게 소연이와 즐거웠던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해가 봉숭아 빛으로 물들어 서산으로 넘어가는 줄도 몰랐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