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정신 원고 / 신작
섬진강에 비 내리면
김소해
화계 골 매화향이 다 실어간 줄 알았더만
수시로 환청인지 여태 남은 환상통
때아닌 빗줄기에 얹혀
놓친 길이 떠오른다
못 열어본 뚜껑 열고 먼 우레로 오거나
높은 뫼 골짝을 돌아 강이 불어 안개거나
펄 아래 묻힌 퇴적물
건져보라
비 온다
글씨가 서툴러 기록하지 않은 얼룩들
차마 시인마저 부르지 못한 이름들
채취선 상판에 널어 물비늘에 말리면
누구는 불을 안고 누구는 끄지 못해
쾌자자락 휘둘리는 한바탕 춤이라서
벚꽃 길 꽃밥 물밥 뿌려
은어 떼를 먹인다
근작
소란에 젖다
두드리고 싶었던 그런 날 있었나 봐
북재비 그보다 먼저
한 줄에 꿰는 휘몰이
내 안에 소란스러운 그 길목의 소낙비
고삐 풀린 숫염소 뿔을 곧추세우듯
유리창 빗줄기가 함부로 덤빈다
소란에 귀를 열어둔다
발이 얽힌 물방울들
약력 1983《현대시조》1988 부산일보신춘문예.『투승점을 찍다』『만근인 줄 몰랐다』『대장장이 딸』『서너 백년 기다릴게』외
한국시조시인 협회상. 이영도이호우시조문학상. 올해의 시조집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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