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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2886 등록일: 2016-04-06

봄 마중                                                                                            민문자   <o:p></o:p>연중 가장 좋은 봄날이다.대문을 나서면 하얀 목련이 덩그러니 꽃구름으로 황홀하게 다가온다. 우리 부부가 오늘은 아들이 운전하는 자동차 뒷좌석에 편히 앉아 철원 비무장지대에 있는 우리 문중 선산을 찾아가는 길이다.   <o:p></o:p>해마다 이맘때면 한식차례를 올리러 간다.수년 전에 나 자신이 운전할 때는 서너 시간이 족히 걸리던 먼 거리다.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월은 점점 좋아져 아들은 최신 기기인 차량 자동항법 장치인 길 도우미를 갖춘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니까 두 시간이면 충분히 간다.부천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로 진입하여 김포 요금소를 거쳐 자유로에 들어섰다.   <o:p></o:p>오두산 통일전망대 옆을 스쳐지나 임진강 건너 북한 산하를 바라보니 요즈음 복잡한 남북문제에 생각이 미친다.헤엄을 잘 치는 수영선수라면 몰래 민통선을 뚫고 우리 쪽 철책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o:p></o:p>멀리 보이는 북한땅은 민둥산이 많고 우리 쪽 산봉우리는 산마루까지 울창한 나무숲의 하늘과 맞닿은 선이 기계로 이발한 듯 멋져 보인다. 늦가을 시제 지내러 갈 때는 임진강변 가장자리 습지에 청둥오리 검둥오리들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모두 북쪽으로 날아갔는지 전혀 볼 수가 없다.   <o:p></o:p>자동차는 임진각과 판문점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문산 쪽으로 직행하여 적성을 지나 한탄강을 건너고 전곡을 거쳐 연천으로 들어섰다. 북쪽인데도 봄기운으로 충만한 마을마다 개나리 진달래 곱고 목련이 벙글벙글 한다. 대광리역 신탄리역을 지나 백마고지역이다.   <o:p></o:p>언제나 거치는 곳, 전쟁터 대마리 고향을 지키고 있는 문중의 구심점으로 자리한 조카 집을 지나 민통선을 지키는 초소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3명의 군인이 뒤따라 오는 농로를 따라 선산으로 올라갔다.추수가 끝나고 시제를 지내러 올 때는 이 철원평야에 재두루미들의 멋진 군무를 보곤 했는데…….   <o:p></o:p>벌써 볍씨 못자리는 끝낸 모양이다.봄빛 아지랑이 솔솔 피어오르는 산야, 백마고지 전승탑, 저곳이 그리도 치열한 전쟁을 겪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작은 동산이 되었다. 오토골 선영 건너편 산자락에 남방한계선이 참 가깝게 보인다.   <o:p></o:p>사람은 태어나 평생 길을 찾아 걷는다. 결국은 죽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선조들이 누워계신 산자락 계단 아래 부모님 항렬이 누워 계시고 다음 아래가 우리 세대의 자리다.지금은 화장문화가 일반화로 인식되어 그렇게 문중에서 미리 조성해 놓았다. 내가 죽으면 어떤 자리가 될까.일찍 죽어야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도 있는데…….   <o:p></o:p>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뢰밭이었던 곳인데 조상님들이 계신다는 이유 때문인지 내게도 영원히 돌아갈 땅이 있다는 것이 왠지 싫지가 않다.시숙과 문중의 젊은 조카들이 일찍와서 산소 주위의 나무들을 이쁘게 이발을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마지막으로 길가 양쪽으로 코스모스씨를 뿌려 추석성묘 올때는 곱게 한들한들 피어날 것이다.조상님들께 술과 과일을 진설해 차례를 올렸다.   <o:p></o:p>농사용으로 이용하는 컨테이너박스에서 큰상을 꺼내 평평한 자리에 음식을 차려 놓고 삼겹살을 구워서 점심을 먹었다. 나뭇가지 울창한 산을 잘 가꾼 모습을 바라보고 모두 기분좋아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새봄을 맞아 선산을 찾아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올때는 가슴에 봄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기분이었다.봄 마중을 잘한 모양이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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