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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강 크리스마스-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2. 22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6716 등록일: 2014-12-21

제76강 크리스마스-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12. 22. 월 
  
                   크리스마스 
                                                                                                                                                민문자 
지금부터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왠지 마음이 설레면서 축제 기분에 내 몸이 풍선처럼 붕 뜨는 것 같습니다. 12월 25일인 크리스마스를 우리나라에서는 공휴일로 하고 있고 12월 24일부터 연초까지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는 성탄절을 큰 명절로 삼고 있습니다. 
해마다 섣달이면 큰 상가의 소리사는 물론 집에서 문밖만 나가도 골목의 문방구와 잡화점에서조차 크리스마스카드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내보내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연말연시에 카드를 주고받는 일이 큰 연례행사로 여기고 한 달 전부터 카드준비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다 정보화시대에 들어서서 누구나 전화를 손에 쥐고 있으니 종이카드 보내는 일과 받는 일은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고 싶은 말과 카드도 즉시 영상으로 주고받을 수 있으니 옛날처럼 가슴 설레면서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거나 기다리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는 크리스마스의 전날 저녁인 12월 24일 저녁을 말합니다.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성탄절의 정점은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 있습니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에서 보여주던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동방박사가 하늘의 빛나는 별을 쫓아가서 말구유에서 탄생한 아기예수를 영접하는 모습과 인물이 수려한 오라버니가 마리아로 분장하고 무대에 나타나 연극하던 모습입니다. 그리고 매년 크리스마스 날 새벽 4시만 되면 둥둥둥! 북이 울리고 ‘기쁘다 구주 오셨네!’ 소리가 나지요. 그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서 뛰어 나가 성탄축하 노래를 부르며 따라다니던 어린 시절이 아직까지 내 가슴에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중매로 만나 12월 26일 결혼식을 올린 나는 해마다 이때쯤이면 남다른 상념에 젖습니다. 첫 만남에서 결혼식까지는 넉 달이 걸렸습니다. 인천에 있는 나와 서울이 집인 그는 서울 인천을 직행버스로 오가며 25회 만나던 날 약혼식을 하고 40회 만나는 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해는 잊을 수 없는 화이트크리스마스이브였습니다. 당시는 지금과 달라 통행금지가 있던 시대이고 청춘남녀들이 늦은 밤에는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헤어지기가 그리 아쉬웠던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다 헤어지자고 그가 이끄는 대로 우리 집 앞에 있던 에덴여관으로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는 다 도둑이야!’ 라는 소리를 여학교 때부터 들었는데도 그때는 왜 따라 들어갔을까? 의문이 듭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함께 있으니 좋은 감정만 느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생각해보니 남편이 참 고마웠습니다. 결혼식까지 순결한 여자로 자부심을 가지게 해 준 배려인 줄은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한 인생의 반려자에게 가끔 혼전 순결을 강조하면서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순결한 여자라고 남편에게 큰소리 뻥뻥 치던 여자도 이제 쭈구렁 할망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에덴여관’ 생각이 나는군요. 에덴여관은 아직도 있을까?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온 힘이 되어준 내 인생의 기둥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이성선(1941-2001) 
강원도 고성 출생. 고려대 농학과 졸업. 
1972년 「시문학」에 시 <아침>등이 추천되어 등단. 
2001년 5월4일 작고했다. 이성선은 우주과 자연, 그리고 그 근원에 대한 통찰과 탐구를 보여주는 시를 많이 썼음. 시집으로「시인의 병풍」, 「하늘문을 두드리며」,「몸은 지상에 묶여도」,「밧줄」,「나의 나무가 너의 나무에게」,「별이 비치는 지붕」,「별까지 가면 된다」,「새벽꽃 향기」등이 있음.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o:p></o:p>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춰주는 
그런 사람하나 갖고 싶다 
   
도반(道伴) / 이성선 
  <o:p></o:p>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으로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나무 / 이성선 
  <o:p></o:p>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o:p></o:p> 
그러나 늦은 가을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그는 보았다. 
  <o:p></o:p>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o:p></o:p> 
가을 편지 / 이성선 
  <o:p></o:p>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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