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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생일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2087 등록일: 2010-07-05

아들의 생일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다. 엊그제부터 러브콜을 보냈는데 응답이 없었다.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이 부모를 떠나 오피스텔에서 생활 한지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에도 바쁘다고 미역국을 함께 못 먹었는데 올해에도 역시 기다림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래도 쇠고기를 사고 싱싱한 야채를 사다가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를 만들어 한 상 차린 아침상에 우리 부부 마주앉았다. 
  “아들 만드느라 수고 많으셨으니 맛나게 드세요.” 
  아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어미가 부끄러워 섭섭한 마음을 누르며 건넨 말이었다. 
  
  온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렸지만 예정되어 있던 여주 영릉(英陵)과 명성황후 생가 문학기행에 동참하여 무거운 가슴을 달래고 돌아왔다.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나라가 그리스를 기분 좋게 격파하고 이기는 경기 모습을 시청할 때 전화벨이 울었다. 
  “엄마, 저 잘 낳아 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 저의 일이 잘될 것입니다. 머리 염색하는 제 친구들 많은데 엄마 닮아서 좋아요. 내일 미역국 먹으러 갈게요. 엄마 사랑해요” 
  “그럼, 너는 잘 될 것이다. 태몽이 얼마나 좋았는데, 고맙다. 아들아 사랑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섭섭하던 마음이 어느새 녹아내렸다. 
  
  첫딸을 낳았을 때 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던 시어머님이 여간 섭섭해 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둘째를 임신하고는 ‘또 딸이면?’ 하는 걱정에 아들 딸 구별을 잘한다는 한의원에 가서 진맥으로 알아보았다. 
  “49%는 딸이고 51%는 아들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노심초사하다가 아들을 낳으니 세상에 모든 걱정이 일시에 사라졌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렇게 걱정하던 그때 생각만 하면 겪고 있는 근심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되찾을 수가 있다. 
  그렇게 기쁨을 안겨준 희망봉 아들과 두 팔 벌려 포옹하고 함께 미역국을 먹을 수 있는 내일을 생각하니 오늘 밤은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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