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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강 인생에 리허설은 없다 /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4. 21. 월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3091 등록일: 2014-04-20

제43강 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4. 4. 21. 월  
 인생에 리허설은 없다                                                                                                민문자 
오늘은 ‘인생에 리허설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가난뱅이나 부자나, 거지나 대통령이나 공평하게 우리 인생은 누구나 일 회 인생입니다. 
저는 매월 첫째 토요일 저녁이면 구로아트벨리 소극장에서 열리는 ‘시사랑 노래사랑’ 행사에 참여하여 시낭송을 합니다. 언제나 성악가들은 일찍 나와서 본행사가 열리기 전에 리허설을 합니다. 공연을 앞두고 실제처럼 연습하는 것이지요. 시낭송하는 저는 성악가들에게 리허설 기회를 양보하고 혼자 속으로 연습을 합니다. 
행사가 시작되면 다 함께 노래 부르기에 이어 사회자는 대부분 제일 먼저 저의 시낭송 차례가 있다고 소개를 합니다.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무대에 오르곤 하지요. 한 달 동안 머릿속에 낭송할 시를 넣어두면서 연습을 하지만 백 % 만족해 본 일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하며 아쉬움을 달랩니다. 노래나 시낭송의 기회는 또 오지만 그 시간의 그 시 낭송도 일 회뿐이란 걸 생각하면 평상시에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지요. 
우리는 모두 후회 없는 인생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의 인생의 진로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을 해보았는지요. 나의 살날이 하루, 아니 열흘, 한 달, 일 년, 십 년 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제일 먼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꼭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못해 본 일은 무엇인가요? 제한된 시간에 꼭 해야만 되는 일은 어떤 것인가요. 
저의 지난 인생은 어쩌다 보니 부모의 영향과 남편의 그늘에 매어 살아왔습니다. 만일 저의 수명이 100세라면 저는 지금 칠 부 능선에 올라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 성장해서 십 년 전부터는 제 뜻대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더 높고 넓은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존경하는 여러분의 스승과 많은 벗을 만나 배우고 즐기며 사는 취미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취미생활을 즐깁니다. 이런 일이 행복했습니다. 이제까지 사회와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독교의 십일조 헌금이 있듯이 남은 내 인생의 십 분의 일을 봉사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5년부터 실버넷뉴스 기자로 실버넷뉴스문화예술관 관장일도 보았고 현재는 봉사자로서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인생을 살지게 하는 데는 여행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에게 해외여행은 기회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내 여행이라도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을 밟아보고 싶습니다. 
친정어머니(91)께 만난 음식이나 과일을 들고 더 자주 찾아가 뵙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려서 풍수지탄(風樹之嘆) 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먹습니다. 
얼마나 소중한 우리 인생입니까. 한번 뿐인 이 귀한 자신의 인생을 더욱 보람되고 자랑스럽게 우리 오늘도 내일도 자기수양에 게을리 하지 맙시다. 
오늘은 ‘인생에 리허설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신달자 시인 약력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년 《여상》에서 여류신인문학상 수상과 함께 등단,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서 재등단. 평택대 국문과 교수, 명지전문대 문창과 교수를 역임. 『봉헌문자』, 『아가』, 『아버지의 빛』, 『오래 말하는 사이』, 『열애』, 『종이』 등의 시집이 있으며, 『시인의 사랑』,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여자를 위한 인생10강』, 『엄마와 딸』 등 다수의 에세이집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시와시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불교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공초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2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였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어머니의 땅 / 신달자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을 
저 지하층 층 아래에서 
땅을 받쳐 들게 하였다 
어머니였다 
수억 천 년 어머니의 아들과 딸이 
그 땅을 밟고 살고 있다 
   
살 흐르다 / 신달자  
거실에서는 소리의 입자들이 내리고 있다 
살 흐르는 소리가 살 살 내리고 있다 
30년 된 나무 의자도 모서리가 닳았다 
300년 된 옛 책장은 온몸이 으깨어져 있다 
그 살들 한마디 말없이 사라져 갔다 
살 살 솰 솰 그 소리에 손 흔들어 주지 못했다 
소리의 고요로 고요의 소리로 흘러갔을 것이다 
조금씩 실어 나르는 손이 있다 
멀리 갔는가 
사라지는 것들의 세계가 어느 흰빛 마을을 이루고 있을 것 
거기 가늘가늘 소리 들린다  
다 닳는다 
다 흐른다 
이 밤 고요히 자신의 살을 함께 내리고 있다  
  

 대화 / 신달자 
저건 무슨 대화인가 
현관에 신발 두 개가 거꾸로 누운 채 겹쳐 있다 
딸 신발이 눕고 그 위로 비스듬히 내 신발이 엎드려 있다 
숲속 햇살 아래인 줄 알고 있는가 
지붕 하나지만 서로 다른 창을 보며 
지나가는 계절을 붙잡기도 하여 
옆방에서 무슨 소곤거리는 소리 들리기도 하지만 
딸 식탁에 술잔이 놓여 있고 
엄마 책상에 술병이 놓여 있을 때 
서로 곁눈질이나 하며 말이 없는 가족 
신발이 내성적인 모녀를 대신해 
엄마가 딸을 안고 
딸이 엄마를 업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아니다 
서로 한순간 
두 마음이 신발쯤에서 부딪쳐 부딪쳐 부딪쳐 
터지는 울음을 참고 있는 것이다 
   
스며라 청색 / 신달자 
여명 속 어둠 한 스푼을 
흰 쟁반에 살짝 놓으니 
새벽 속살이 엷은 청색으로 살살 흐르더라 
아슬아슬 쟁반에 차오르더라 
그 빛! 
모닝커피에 달달하게 스며들면 
굳은 것들 자근자근 풀리고 
새잎 돋우는 나무의 첫인사도 솔솔 들리면서 
보이면서 
온몸을 따스히 흐르다 차오르더라  
어둠은 빛을 깊이 안고 
하루를 걸어가는데 
그 고단함을 견디느라 힘 꽉 주면 
그때 살아나더라 진한 청색으로 불끈 일어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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