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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상(問喪)

작성자: 민문자

추천: 0건 조회: 10022 등록일: 201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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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명.jpg(7.3KB)Download: 0, S1030555.JPG(237.4KB)Download: 0

<IMG src="/rankup_module/rankup_board/attach/mjmin7/13412109898572.jpg" width=675><IMG src="/rankup_module/rankup_board/attach/mjmin7/13412108764196.jpg">                                  어떤 문상(問喪) 
  
                                                          민문자 
  
또 한 분의 타계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쉬운 연세 74세, 수필계의 거목 변해명 선생이 가셨단다. 
수명 백세를 바라보는 세상에 너무 일찍 존경하는 문사(文士) 한 분을 또 잃었다는 슬픔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서둘러 검정 의상 차림으로 택시를 타고 서울대 병원 장례예식장에 도착하니 마침 약속이나 한 듯 
스승 김병권 수필가 선생님도 도착하셨다. 
  
미혼이셨던 선생 영전은 동생이 지키고 있었다. 
노 스승과 나란히 서서 국화 한 송이씩 바치고 향 한 촉씩을 피웠다. 그런데 망자(亡子)가 ‘누군고?’ 하고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얼굴은 여러 번 익혔지만 이름을 알 리가 없으실 게다. 사실 나도 문상 올 만큼 인연을 쌓지 못했으니……. 
  
선생 영면의 소식을 접하자 퍼뜩 4년 전 돌아가신 정공채 스승 얼굴이 떠올랐다. 
왠지 스승 대신 선생님 영전에 문상해야 할 것만 같았다. 
  
김병권 선생 추천으로 수필가 등단 후 고정공채 선생께 시 창작 공부를 하려고 찾아간 첫 시간이었다. 
‘변해명 수필가를 아느냐?’라며 수필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 후 여러 문학행사에서 뵐 때마다 인사는 올렸지만 변해명 선생과 직접 깊은 인연을 맺을 기회가 없었다. 
  
분명 정공채 스승께서는 변해명 선생의 부음을 들으시고 저 세상 문턱까지 나오셔서 변해명 선생을 마중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 제자라고 나의 안부를 물으실 텐데, 민문자라는 존재가 누구인 줄 잘 몰라 답변을 못하시면 어쩌지?’ 
고심 끝에 즉석에서 나를 소개하였다 
“4년 전에 먼저 가신 저의 스승 정공채 선생께서 반기시겠습니다. 저는 ‘민문자’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저보다 5년 연상이고 정공채 선생님은 선생님의 5년 연상이십니다. 저는 정공채 스승으로부터 선생님 말씀 듣고 평소에 존경해오다 2008년 4월 스승께서 국립암센터에 입원해 계신다고 전화로 선생님께 알려 드린 사람입니다. 
변해명 선생님, 이 세상에서 즐기시던 글밭을 저 세상에서 새롭게 일구어 보람 찾으실 희망 안고 부디 안락하게 영면하소서.” 
  
돌아오는 길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온통 두 분뿐이었습니다. 
‘정공채 스승께서는 4월 30일에, 변해명 선생은 5월 8일에 다시 탄생한 날이라고 서로 초대하고 해마다 축하주(祝賀酒) 나누시게 될지도 몰라, 하객들은 누구누구가 될까? 물론 문인들이 대부분이겠지.’ 
  

나의 조의금은 두 분이 만나시는데 다소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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