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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수필가의 작품읽기

이규석 수필가

나체리듬의 율동(律動)/석송 이규석

작성자: 이규석

조회: 2163 등록일: 2013-03-25

나체(裸體) 
          리듬과 율동(律動) 
  
                                                                           석송(石松) 이 규 석 
 
  
  
  달려오는 말 발굽소리에 웅장한 스테레오의 무대음악! 깜짝 놀란 얼굴로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 보지만 보이는 건 갈대숲으로 평원을 이룬 넓은 들판이 한없이 전개되면서 자연의 아름다운장면이 스크린 가득 담겨져 있는 화면이었다. 영화관에 들어설 때는 그냥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무술(武術)화면에 담아놓은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개되는 영화의 이야기는 쌍화점이라는 제목이다.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민왕(恭愍王)을 모티브로 당정에 갈등을 무대삼아 꾸며지는 피비린내 풍기는 사극이었다. 중국 원나라에서 시집온 예쁜 왕비(원나라 공주)의 금기시된 사랑에 투시(透視)속에서도 임금은 원나라에 대한 증오가 불타오르다 보니 공주에 대한 어떤 보복성 심리를 표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왕비보다는 총애하는 충복 남자신하를 늘 가까이 두고 정사를 의논하고 떨어져서는 못살듯이 애지중지하며 남자들끼리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공민왕은 원나라에 대한 가슴에 맺혀있는 굴욕에 앙금(鴦衾)을 해소하지 못해 마음을 많이 아파한다. 그런 관계로 예쁜 왕비에게 계속 잠자리를 거부한다. 왕비는 임금이 잠자리를 거부하고 애정표현도 없는 것을 몹시 비관하며 투심(妬心)을 참아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많은 나날을 남정 내의 냄새마저 그리워지는 젊은 욕정(欲情)에 대한 것을 어렵게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왕비에게 후사가 없는 것은 임금의 고의적 행위임이 들어난다. 공민왕은 내나라 고려의 정통핏줄로 후사를 꿈꿔오는 것이지만 원나라인 대국에 비호(庇護)를 받고 있는 대신들의 방해 공작 때문에 모든 일이 허사로 드러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 불쾌한 심기를 표출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임금은 자기와 한 몸처럼 생사를 같이하는 충절의 신하를 왕비에게 합궁하도록 명을 내린다. 그렇게 함으로서 후사를 얻기를 원한다. 거절하는 신하에게 임금에 명을 어기면 죽음을 면치 못할 대역 죄인이 될 것이라 말했고 왕비에게도 후사를 얻지 못하면 후일을 기약하기 힘들다고 억압적인 말을 한다. 끝까지 반대하면 생명까지 보장하기 어렵다는 임금에 설득으로 결국은 신하와 잠자리를 허락하지만 사랑에 목말라하는 젊은 신하와 왕비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애정(愛情)에 진한행위를 모를 땐 아무것도 몰랐다하지만 지펴진 불길이 활활 다 오르면서 밀려오는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둘만의 애정적 표현이 극에 달하는 장면을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던 임금은 야한 미소로 투기심을 발동하여 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 야성이 넘치는 현실성을 보고 필자로서의 느낌을 여기에 적고자 함이다. 칠십대를 목전에 두고 우리 세대가 오늘을 살면서 영화 관람을 자주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쩌다 얻어낸 절호에 기회를 가정에 화목(和睦)을 위한답시고 부부가 모처럼 함께 상영관을 찾은 것이다. 돌아가는 호화판 화면에 점점 빠져들면서 놀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영화가 이처럼 화끈하게 나체(裸體)로 홀딱 벗었더란 말인가! 와! 이것은 놀라지않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숨을 멈추겠다는 행동이다. 속옷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고 육욕(肉慾)에 짓이겨지며 찢어지는 아픔과 절규! 몰아치는 폭풍의 광란! 진한 정사의 리얼한 장면들! 눈을 뜨고 보기가 민망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것이 우리 영화에 현실이라면 어쩌겠는가! 오래전에 우리영화는 얼굴 빨개지는 장면은 시청자 감각을 눈가리며 지워내려고 옷을 입은 채로 키스장면도 변두리만 슬쩍 보여주려고 무던히 애를 써왔다. 도덕적 생활에 물들어 가릴 것은 가리고 어느 정도는 보여도 욕되지 않을 다리통만 내놓고 살아왔다는 것을 현실에 표식처럼 달고 다녔다. 그런 것이 백의 민족의 긍지를 보여 주기나 하는 것 인양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도 성적 개방을 마다하고 외길처럼 숨기고 살아 왔잖은가? 세상이 변하고 세계가 다 변화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늘 그렇게 살라하겠는가? 조금씩 발전은 하되 약간에 변화만이 동조자(同調者)의 몫으로 남아놓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내가 놀라는 건 홀딱 벗어던지고 미친 듯 빨아대는 동작에서 너무나 강하게 SEX장면을 리얼하게 노골적으로 그려놓았고 그 전개과정에다 커다랗게 무게를 뒀기에 하는 말이다. 꼭 그렇게 강렬하게 연출을 극화(劇畫)했어야 하는 것인가? 그야 관람객들의 눈을 의식해서 흥행을 노리는 얕은 상행위는 좋았겠지만 지나침은 자제되어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면 그 노인네 세상이 변했는데 노망(老妄)이 난거 아닌가! 욕(欲)을 하며 지금이 이조시댄지 아시는 감! 영화관 돌아가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탓을 할 것이다. 성적(性的)개방도 정도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는 나이 제한에도 문제가 있다. 18세 이하는 관람(觀覽)불가(不可)라 해놓고 부모와 동행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어떤 의미에서 무슨 조건을 내세워 개방적인 육체에 성적(性的)노출(露出)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그것도 약간에 성적 노출은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다. 돌아가는 대로 버려두지 말고 성심을 다해 성인들이 보듬어줄 때 사회의 눈길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들이 직접 맛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에 사실적 가치(價値)를 마음대로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좀 더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한다. 어느 것에 초점을 두고 절대로 우리 젊은이들을 도매금으로 매도(賣渡)하지는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영화 발전을 저해하는 찬물을 뿌리자고 던지는 말은 더 더욱 아니다. 국익(國益)을 위하여 우리나라 영상(映像)문화와 문예작품(文藝作品)들이 윤리나 순리적으로 발전하는 데는 하등 반대해야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너무 흥미위주를 앞세워 치우치다보니 우리의 고고(考古)학적 순수한 역사를 사실적 가치에서 왜곡하는 행동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엉켜진다는 것에 커다란 문제를 지적한다. 노파심(老婆心)에서 하고 싶은 말이다. 굳이 간직해야할 것을 과대포장해서 우리의 눈을 현혹(眩惑)시키면 그것은 아무리 좋은 영화의 한 장면이라해도 잘못된 예술적 가치를 사실인 것처럼 가상(假想)으로 미화시켜 흥미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그것만큼은 틀림없이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서서히 지워지지만 기억(記憶)에 담아둔 자국까지 망가지지 않기를 국민에 한사람으로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하라면 그런 영화가 상행위를 하는 비디오 휴게방이나 아니면 비디오 테-잎을 통해 선전광고물에 의한 영상매체(映像媒體)가 어린 학생들에게 손쉽게 전달되는 것은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데 무척 걱정이 되는 것이다. 충돌(衝突)적인 행동이나 과격한 폭언은 좋은 언어로 순화시켜서 사용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을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본래 심한 행동과 과격한 말싸움 그리고 폭력적인 장면에 더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우리민족이 근성은 아니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과격한 모습에 물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늘 남에게 침략을 당하거나 지배를 받으면서 공허에 물든 인성적 터부가 마음에 채워지지 않았다는데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텅 비어있어서 자기 취면(醉眠)에 충족되지 못한 시대를 살아왔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있다. 
 맞는 말이다. 선대들이 뿌려낸 허전함이 모티브자체가 되어 오랜 전래동화처럼 이어져오는 빈 수레바퀴의 뒤틀림이라면 말이다. 누군들 잘못된 역사의 회전축(回轉軸)을 궤도 수정으로 바꿔놓을 수 있겠는가? 관람을 하고 나온 사람들은 눈길에 잡아지지 않은 역사(歷史)의 진실을 보고 듣고 진실을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현장에서 처절한 죽음만이 자기를 기다려지기에 그러한 형벌(刑罰)이 두려워서 흔적을 묻고 싶은 것인가! 감추고 싶었는가?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죽여야 비밀이 영원히 세대를 넘기면서도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시대적 오류에 한 장면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면 우리가 본 그 모습에서 어떤 행동이라도 멈춰야한다. 그것이 설혹 죽여야한다면 비밀을 끝까지 지키는 방법이 될지언정 절대로 우리가 곱게 간직해야 할 고유의 역사까지 왜곡(歪曲)하는 우(憂)를 범하진 말아야한다. 벗고 노는 즐거움을 극화시켜 역사 페이지에 색다름을 선사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버려진 역사 앞에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사죄할 수 있으면 그것이 내일을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미래 비젼을 펼칠 수 있다고 보는 마음이다. 성숙의 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진한 모습을 우리는 틀림없이 맞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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